지난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우연찮게 가장 귀한 선물을 받았다.
원래의 계획은, 곧 이사하실 아내 고모 할머니댁에 가서 안 쓰시는 골프채 세트를 받는 것이었다.
이사를 하시기 전에 안 쓰시는 물품은 당근마켓에 파시거나 무료나눔 중이신데,
골프채 세트는 아무래도 워낙 고가이다보니 물려줄 사람을 찾다가
젊은 부부인 우리가 낙점된 것.ㅎㅎ
사실 아내와 나 모두 골프채를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기에 받는 것도 민망했지만,
그래도 챙겨주신다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고,
추석 연휴를 맞아 인사도 드릴 겸 해서 기쁜 마음으로 찾아뵈었다.
(+ 그리고 이렇게 받아두면, 언젠가는 시작하겠지.. 라는 마음으로ㅎㅎㅎ 그래도 언제 시작할지는 미지수....)
그리고 할머니께서 저녁 준비를 마무리 하시는동안, 할아버지의 골프채 인수인계 시작.

골프에 ㄱ자도 모르는 나는 골프채 하나하나의 쓰임새에 대해서 할아버지께 간단하게 교육받고
아는 것이 전혀 없는만큼 자세한 설명에도 다소 영혼없는 리액션(와~ 우와~)이었지만
감사 인사와 함께 인수인계를 마무리하고 저녁 식사를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신 삶과 가치관이 너무 멋지시고
그렇게 살아오신만큼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품격'이 너무 멋지신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이시기에
아내 쪽 어르신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도 개인적으로 참 존경하는 분들이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하며 내가 궁금했던 점들도 물어보고,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할아버지의 멋진 과거
그리고 할머니의 유려한 말솜씨에 푹 빠져 듣다가 어느새 대화가 마무리 되어갈 때쯤,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방에서 책을 한 권 들고 나오셨다.
'O서방 책 한 권 줄까?'
'와~~~~ 할아버지, 저 너무 좋아요!!'
누가 들어도 골프채를 받을 때와는 다른 텐션의 찐 반응.ㅎㅎㅎ
안 그래도 이번에 영어 공부를 다시 꾸준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를 얻고
독서 + 영어 공부 두마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영어원문 서적을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영문학과를 나오시고 외국 생활도 꽤 오래하셔서 영어가 유창하신 할아버지께서 읽으시던 원문 책을 주신 것.
처음 주신 책은 < Moonwalking with Einstein >이라는 책이었다.
표지와 서문을 읽어보니 기억력(memory)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연구 내용이 담긴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영어 책을 읽고자 했던 나에게,
이렇게 딱 필요한 시점에 귀한 책을 주셔서 받게 되니 마음이 너무나 뿌듯했다.
그리고 받은 책을 보며 찐으로 좋아하고 만지작 거리며 뿌듯해하는 나의 모습을 귀엽게 보셨는지,
다시 주섬주섬 여러 권을 들고 나오신 할아버지...ㅎㅎㅎㅎㅎㅎㅎ

'다 처분하고 이 책들만 아끼는 거라 남겨둔건데... O서방한테 주는거야~~~'
라고 하시며 다 주시는 할아버지...
책을 보니 기요사키와 트럼프가 함께 쓴 <마이더스 터치> 영문판,
그리고 늘 읽고 싶었으나 아직 엄두를 못냈던 <권력의 법칙> 영문판도 있었다.
이건 정말 찐이다.
할아버지의 설명을 들으며 당연히 나의 감동과 리액션은 더 커졌고,
'와 대박. 대박. 너무 감사해요.... 짱이다 정말.'
을 계속해서 외치며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사실 골프채를 받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ㅎㅎㅎ)
받은 책들만 바라보고 있어도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거듭 드리고 집을 나서면서
이미 내 마음은 무거운 골프 가방 보다,
종이 가방에 담긴 책 5권을 얼른 읽어보고 싶다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역시
나에게 최고의 선물은
그리고 최고의 유산은 책이구나,
나도 훗날 내 자식들과 손주들에게 그런 어른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
더욱이 당신께서 살아오신 멋진 삶으로 몸소 모범을 보여주신 분들께서 주시는 책 선물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더욱 소중한 책 선물이었다.
아쉬울 법했던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을
이렇게 감사함과 설렘 가득함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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