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7월 즈음 어떠한 계기로(건강 문제는 아니고, 가치관에 관한 문제로) 술을 완전히 끊었다.
그 이후로 결혼하기 전까지 약 3년 간은 술을 단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다.
결혼 후에는 아내는 술을 적당히 즐기는 편인지라 나름의 타협점을 찾아 '비공식적으로' 아내와는 식사하며 와인 한두잔 정도는 하는 상태.(사실 이게 살아남는 방법이었음.ㅎㅎ)
지금은 주변의 모두가 내가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전까지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격인지라 술자리를 즐겼고, 주도하는 편이었다.
(끝까지 남아 택시태우는 역할)
주말은 당연하고 평일에도 약속만 잡히면 6호선 타고 이태원에 놀러 나갔었다.
7년 전 술을 끊은 이후로 나는 공식적으로 술을 먹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그만큼 단기적으로 잃은 것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얻은 것들이 훨씬 많다.

#1. 시간
내가 술을 먹지 않는다는 정체성이 생기니, 당연히 불필요한 회식이나 약속이 사라진다.
굳이 부르질 않기 때문.
그 시간은 온전히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할 수 있다.
나는 현재 불가피하게 주말 부부이기에 평일에는 혼자 운동하고 공부하는 시간으로,
주말에는 아내와 보내며 가족에게 집중한다.
술을 끊어보면, 내가 그동안 불필요한 약속을 얼마나 많이 잡고 시간을 버리고 있었는지 절절히 깨닫게 된다.
물론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회식은(업무상) 웬만하면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이런 자리에서는 술을 먹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서 재밌게 노는 것이 지혜임.
이건 개인의 역량이고 나 같은 경우 굳이 노력하기보다는 성향 자체가 그렇지만,
그런 성향이 아니라면 노력해보는 것도 방법.
그런 자리는 어차피 가야하는 자리인데, 술을 먹지 않는다고 굳이 꿍하게 있을 필요 없지 않는가.
술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조직 내에서 충분히 이쁨받고 회식 자리도 즐길 수 있는 방법 또한 터득할 수 있다.
#2. 건강, 몸매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건강을 챙기는 편이었지만 나는 분명 술을 한번 먹으면 끝까지 먹는 사람이었다.
쓸데없는 자존심도 있었고.ㅎㅎ 나이가 어렸기에 무서울 것도 없었음.
하지만 술을 끊고 당연히 몸과 마음 모두 더욱 더 건강해질 수 있었고, 좋은 체력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몸매는 자연스레 뒤따라오는 산물이다.
이건 100% 술을 끊은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술을 끊은 다음 해인 2016년 맨즈헬스라는 유명 남성잡지사가 주최하는 '쿨가이 선발대회'라는 대회에 최종 선발되기도 하는 영광도 누렸고,
삼둥이 아빠도 출전했었던 트라이애슬론 대회도 완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30대 중반인 현재,
20대 중후반 때의 체중과 몸매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술을 먹을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먹다보면 스스로 양을 조절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많이 먹었었던 나도 익히 알고 있고, 다들 공감하실 것임.
진부한 이야기지만 적당히 마시는 술은 건강에 엄청난 타격치가 아니지만(실제로 매일 마시는 레드와인 한두잔은 오히려 건강과 노화예방에 좋다고 증명되었음.)
그 이상 넘어가는 순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다음날 괴로운 기분과 두통은 덤,
숙취해소를 한다고 아침부터 나트륨과 탄수화물 그득한 라면이나 해장국부터 먹는 습관이 생긴다면?
하루이틀은 모르겠지만 이것들이 하루 하루 쌓일때 결과는 뻔하다.
건강은 대출이고, 복리다.
술은 먹더라도, 절대 '영끌'하지 말아야 한다.
#3. 자기관리 습관
1,2번과 연계되는 당연한 것임.
술을 먹지 않다보면 당연히 자기관리를 할 시간이 많아지고, 절제력이 생기며 자기관리 능력이 올라가게 된다.
술을 먹지 않는 시간들, 그리고 과한 술로 괴로워하는 시간들(특히 새벽과 아침 시간)을 활용하면
그만큼 내 자신과 미래에 투자하게 된다.
그리고 그 자체가 좋은 습관이 된다.
.... 술 마시고 괴로워하는게 더 피곤하다.
#4. 사람
주변에 술을 끊었다고 선언한 이후, 초반에는 사람을 잃었고 그게 기회비용이라고 생각했다.
술을 자주 마시며 친해졌던 동기와 선배 몇몇이 진심으로 '술을 먹지 않는 나'에게 실망했고,
이후 관계도 껄끄러워지고 더 이상 개인적으로 만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짜' 사람을 얻었다.
그 사람들은 애초에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아니었던 것.
술을 끊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이전과 같이 진심으로 대해주고 찾아주는 '찐'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고,
그 사람들에게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5. 신뢰
앞의 네 가지를 모두 얻으면서, 결과적으로 '신뢰'를 더욱 얻게 되었다.
단편적으로는
사고 안치는 하급자,
쓸데없는 짓 하지 않는 친구, 라는 인식.
더 깊게는
자기관리와 시간관리가 철저한 사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이라는 긍정적인 프레임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라는 요소는 직장 생활에서든 자영업이든 사업에서든,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술을 단 1도 먹지 않는 게 절대적으로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 조차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그리고 건강을 위해?ㅎㅎ) 이제는 전략적으로 적당량의 와인을 마시고 있다. 아내와 함께, 라는 조건 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술을 먹지 않는다면 그만큼 잃는 것도 분명 있다.(사회생활하며 그래도 술이 좀 들어가야...~ 라는 여러 상황들)
양을 적당하게 조절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게 너무나 힘들어서 그렇지.
이는 철저히 내 경험 위주로 이야기하는 것이고,
나는 먹지 않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얻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결국 자기 선택이고, 결과도 책임지면 되는 것.